금융위원회는 17일 기업 공시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26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기업 공시제도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그동안 자율 공시 영역에 머물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재무 공시의 표준화된 디지털 형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 기준에 발맞추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며, 중소·중견 기업에는 유예 기간을 두어 적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또한, 기업이 공시하는 모든 정기 보고서를 XBRL(확장성 비즈니스 보고 언어) 기반의 표준 서식으로 제출하도록 강제하여 투자자들이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 공시 체계로의 전환은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후 리스크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장에서는 공시 비용 증가에 대한 중소기업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시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여 제도 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선진국형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