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생성형 AI 기술의 폭발적인 확산과 딥페이크 음란물·가짜뉴스 유포 등 사회적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 AI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정 논의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세계 최초 포괄적 AI 규제법(AI Act) 최종 승인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술 규범에 부합하는 국가 차원의 통합 법률 제정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대표 발의한 10여 건의 관련 법률안을 통합 심사하며 '우선 허용, 사후 규제'라는 혁신 원칙 하에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에 대한 안전성 확보 방안을 집중적으로 조율했다. 핵심 쟁점은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 판독, 인사 채용, 금융 대출 심사, 공공 의사결정 분야 등에 활용되는 '고영향 인공지능(High-Risk AI)'에 대해 개발사와 서비스 공급자에게 사전 고지 및 신뢰성 검증 의무를 어디까지 부과할 것인가이다.
여당 측 위원들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본과 컴퓨팅 파워를 앞세워 생성형 AI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연구진의 발목을 잡는 섣부른 사전 규제는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R&D 세제 혜택과 데이터 개방 등 진흥 정책의 선제적 시행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맞서 야당 측 위원들은 "생성형 AI로 제작된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콘텐츠에 대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디지털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하고,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와 알고리즘의 편향·차별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공적 감사 권한이 빠진 법안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장치의 법제화를 완강히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안 통과에 발맞추어 AI 신뢰성 검인증 지원 센터 설립과 국내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기업을 위한 고성능 GPU 컴퓨팅 자원 무상 제공 계획을 위원회에 보고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 기술 규범 표준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유기적으로 총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IT 산업계와 학계는 AI 기본법 제정 지연이 국내 AI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에 치명적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과방위 여야 간사는 총선 전 마지막 회기 내에 핵심 쟁점 문구를 타협하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로 회부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