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999년 이후 25년간 유지되어 온 상속세 및 증여세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둘러싸고 경제 활력 제고와 부자감세 논란을 중심으로 치열한 입법 공방을 벌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경제 규모 확대로 과거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상속세가 중산층 가구의 일상적 세금 부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가 재정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둘러싼 정책 대결이다.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최고세율 50%(대주주 할증 과세 포함 시 60%)를 40%로 인하하고,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에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은 재산에만 과세하는 선진국형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세법 개편 로드맵을 보고했다. 특히 중산층의 주택 상속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6년 이후 1인당 5,000만 원으로 동결되어 있던 '상속세 자녀공제'를 5억 원으로 10배 파격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야 의원들은 세제 개편의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율이 유망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기업 매각과 해외 이전을 부추겨 양질의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있다"며 "최고세율 인하와 밸류업 세제 개편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과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조특법 개정을 제안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상위 0.1% 초부자들에게만 수조 원의 감세 혜택을 몰아주는 부의 대물림 특혜"라며 "초부자 감세 대신 1주택 실거주 중산층 가구에 대한 공제 한도 현실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자본이득세 도입 검토를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원활한 기업 승계를 위한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한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조세 정의 훼손을 경고했다. 기재위는 전문가 공청회를 열어 법안 심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세무사회와 조세재정연구원은 "25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과 자산 가치 변화를 감안할 때 상속세 과표 구간과 일괄공제 한도를 현실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개혁"이라고 제언했다. 기재위는 여야 정책위의장 간 담판을 통해 상속세 자녀공제 상향과 가업승계 요건 완화를 집중 절충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시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여야 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