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 시설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을 규정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처리를 시도했으나, 여야 간 핵심 쟁점에 대한 평행선 대립 속에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위기에 직면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 46년간 발전소 내 임시저장 수조에 보관되어 온 고준위 방폐물의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 영구처분장 건립 절차를 법제화하는 국가적 필수 숙원 과제다. 현재 한빛원전은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 고리원전은 2032년에 원전 내 임시저장 용량이 완전히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국가 전력 안보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특별법 제정의 시급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으나,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의 저장 용량'과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점'을 두고 극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여당 의원들은 "원전 계속운전(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감안하여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운영 허가 기간 동안 발생하는 전량'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이 사실상의 영구처분장으로 영구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장 용량을 '원전 설계수명 내 발생량'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 운영 개시 시점을 법률에 강제 명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유치 지역 지자체에 대한 특별교부세 배분 방식과 주민투표 의무화 요건, 지하 연구시설(URL) 실증 연구 지원 등에서도 세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대 국회 폐기 시 차기 국회에서 부지 선정 절차가 4~5년 이상 지연되어 원전 중단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 역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지연될수록 임시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국내 총 발전량의 30%를 담당하는 기저부하 원전의 연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경쟁력과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절박한 입법 결단을 촉구했다.
산자위 여야 간사는 3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까지 막판 물밑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으나, 4월 총선 정국과 맞물려 상임위 전체회의 대안 합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과 에너지 업계의 불안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