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가 만성적인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하고 1,400만 주식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인 자사주 소각 세제 혜택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방안을 두고 뜨거운 입법 공방을 벌였다. 정부가 상장사의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안을 제시한 가운데, 실효성과 부자감세 논란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정무위 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신설과 함께 배당을 대폭 늘린 기업의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최고 45%의 종합소득 과세 대신 20~25% 수준으로 분리과세하는 세법 개정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또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 참여를 적극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제성과 상법 개정 필요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비중이 40%가 넘는 현실에서 파격적인 세제 혜택 없이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패키지로 통과시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자본시장 선진화 대책을 제안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세제 감면은 결국 지분을 대량 보유한 재벌 총수와 대주주에게만 막대한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감세에 불과하다"며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하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총주주의 이익을 명시'하고,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의무 소각을 법제화하는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세제 지원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반면, 소액주주연대는 상법 개정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했다. 정무위는 세제 혜택과 상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의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와 경영권 침해를 초래하는 상법 개정 대신, 자발적 공시 우수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감면이 시장에 가장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위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와 연계하여 4월 임시회에서 밸류업 세제 개정안을 종합 논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영문 공시 의무화 확대 일정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