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국내 주력 산업계의 녹색 전환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법안은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을 앞두고 국가적 기후위기 대응 책무와 중장기 감축 경로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탄소 다배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 의무화와 녹색기술 혁신 펀드 조성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집중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국내 산업 구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탄소 감축에 따른 기업들의 급격한 생산비용 상승과 고용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지원책이 법률에 확고히 담겨야 한다는 점에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당 간사는 소위 회의에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등 전통적인 고탄소 기간산업이 친환경 공정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국가 연구개발(R&D) 직접 보조금 지원과 수소환원제철 실증 인프라 구축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맞설 수 있는 한국형 녹색산업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 간사는 "단순한 기업 자금 지원에 치중할 경우 자칫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방조할 우려가 있다"며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장에 대한 명확한 연도별 감축 이행 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을 위한 국가 송배전망 확충 의무 로드맵이 법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원의 전제조건을 두고 팽팽한 논전을 펼쳤다.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2030년까지 총 89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 계획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내 유상할당 비율 단계적 확대에 따른 산업계 수용성 제고 방안을 위원회에 보고했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의 노후 대기오염 방지시설 교체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상용화를 위한 실증 바우처 예산의 우선 배정을 약속했다.
경제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입법 심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법안 처리의 시급성에는 뜻을 같이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내 탄소 배출 규제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전환 지원이 없다면 중소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며 신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반면 환경단체 관계자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 로드맵 없는 퍼주기식 지원 법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엄격한 사후 감시 장치 신설을 촉구했다.
환노위는 다음 주 중 관계 부처와 산업계, 환경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여 쟁점 조항을 조율한 뒤,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위원회 대안을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