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총 38개 정당이 후보를 등록하여 투표용지 길이가 51.7cm로 헌정사상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대 총선(35개 정당, 48.1cm)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자동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100% 전량 수개표를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행 선관위가 보유한 최신형 자동 투표지 분류기는 최대 34개 정당(투표용지 길이 46.9cm)까지만 기계 처리가 가능하다. 38개 정당이 등록하여 51.7cm에 달하는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기계 투입 자체가 불가능함에 따라, 전국 254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정당별 표를 분류하는 순수 수작업 수개표가 불가피해졌다.
정개특위 회의에서 여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기형적 위성정당 난립과 개표 지연 사태를 두고 극명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선거제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준연동형제가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수십 개 급조 정당의 난립을 부추기고, 50cm가 넘는 기괴한 투표용지와 막대한 개표 관리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며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깜깜이 선거를 막기 위해 병립형 비례제로의 전면 환원이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함으로써 다당제 취지를 훼손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선거 후 위성정당 금지법을 엄격히 법제화하고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진 선거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봉쇄조항 개편도 차기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개표 작업에 투입될 사무 인력을 1만 명 이상 대폭 증원하고, 개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수검표(심사계수기 전 육안 전수 확인)'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종 비례대표 당선자 윤곽은 선거 다음 날 아침에나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38개 비례대표 정당의 핵심 공약과 후보자 명부를 담은 비례대표 선거공보물을 전국 2,200만 세대에 빠짐없이 발송하겠다고 보고했다. 정개특위는 선거 직후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치개혁특위를 상설화하여 위성정당 금지와 비례대표 선거제 전면 재설계에 착수할 것을 여야 지도부에 공식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