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GCC)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국부펀드 재원을 대폭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GCC 에너지 장관급 회담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오는 2030년까지 그린 수소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오일머니를 집행하는 공동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춰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세부 과제로는 사우디의 '비전 2030'과 UAE의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연계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수소 수출 전용 터미널 구축, 국부펀드(PIF·무바달라)를 통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술 기업 인수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산유국들은 유가 변동성에 따른 재정 불안정을 해소하고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동에너지경제연구소(MEES)의 아흐메드 알-타미미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인 석유 수출국들이 오일머니를 활용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각화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차원"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기술 선도국과의 수소 기술 협력 및 공동 투자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GCC 사무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프로젝트별 세부 입찰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오는 11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중동발 오일머니가 친환경 인프라 시장으로 대거 유입됨에 따라, 글로벌 수소 및 재생에너지 산업의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